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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조직 문화와 태움 현실

by halmi-rn20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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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내 긴장된 간호사 간 대면” 모습

 

병원이라는 공간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조직 내 긴장감과 보이지 않는 엄격한 규율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규율이 때로는 후배 간호사에게 ‘태움’이라는 이름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지도라는 명분으로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감정 노동과 서열 문화, 교육 시스템의 부재 등의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태움이 단순한 개인 성향 문제가 아님을 짚고, 간호사 조직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간호사 조직 문화 안의 태움

태움은 단순히 한 사람의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신입 간호사 교육 과정에서 종종 목격되는 ‘엄격함’이 당연한 문화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 질문이라도 하면 선배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분위기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데, 오랜 관행에 묻혀 익숙해진 우리 간호사들은 오히려 ‘원래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태움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가 어설픈 선배 교육 시스템에 있다는 점입니다. 지도 방식에 대한 교육 없이 경력이 쌓이면 선배가 되고, 그 선배는 자신의 방식대로 후배를 ‘길들입니다’. 그 안에는 본인도 겪었던 상처와 두려움이 남아 있어, 자연스럽게 후배에게 전가되게 됩니다. 또한 병원 내 빠듯한 인력 배치와 업무량으로 인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따로 교육하거나 감정적으로 배려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말투가 차갑다’, ‘표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오해가 쌓이고, 신입 간호사들은 위축된 상태로 억지로 버티거나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병원)을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도와 괴롭힘의 경계는?

간호 업무는 실수가 곧 환자의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성과 책임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교육 강도는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 강도와 방식이 문제입니다. 말끝마다 비꼼이 섞이고, 눈치를 강요하며, 실수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인격적인 공격’으로 흐를 때, 그것은 지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특히 "나도 그렇게 배웠어", "나 때는 더 심했어"라는 말은 태움 문화가 세대를 넘어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이러한 말들은 현재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보다는 과거의 불합리를 합리화하는 것이며, 자신이 받았던 불합리한 상황을 후배도 받아들여야 하며 그 또한 가르침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선배가 후배를 힘들게 하면서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태움은 단순히 업무 전달이 아닌 감정 배출의 창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 상사로부터 받은 압박감이 고스란히 후배에게 옮겨지고, 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태움 막는 병원의 역할과 변화

태움 문화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간호부 조직 전체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후배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첫 번째로는, 선배 간호사들에게 지도자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간호사란 직업에서만 특징적으로 남아 있는 관습입니다. 여기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의사소통 방법과 피드백 기술을 사전에 훈련시켜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새로 들어온 간호사에게 ‘실수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와 함께 실수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격려해 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신입 간호사는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업무도 할 수 없게 되면서, '간호사가 내 적성과 맞지 않나..'라는 고민을 하다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병원 차원에서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조직 내 갈등 상황을 파악하고 조율하는 창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고충 처리 부서가 아닌, 실제로 해결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태움 방지, 조직의 변화가 답이다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는 단순한 기질이나 세대 간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오래된 병원 조직문화와 교육 시스템 부재, 감정 소통 방식의 미숙함이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바뀌지 않으면 후배들은 계속해서 병원을 떠나게 되고, 선배간호사 또한 상처받으며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당연히 병원 전체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지금이야말로 간호부 조직이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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