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사람’ 그 이상입니다. 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를 잇는 중심축이 되며, 때로는 리더의 역할도 감당해야 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병동현장에서 간호사가 겪어야 하는 직무 갈등은 단순히 업무의 피곤함을 넘어서, 직업 만족도와 생존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의사와의 협업의 벽, 불분명한 권한, 끊임없이 늘어나는 책임 사이에서 간호사가 겪는 직무 갈등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병동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자주 겪는 직무 갈등 예시를 통해, 그 이면의 실질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병동 간호사 직무 갈등 사례
이상적인 의료는 팀워크로 움직여져야 합니다. 의사, 간호사, 코디네이터, 약사등 각각의 역할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자 중심의 치료를 만들어가야 하죠.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의사 말만 들으라고요.”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말입니다.
협업이란 이름 아래 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은 의사에게 있고, 간호사는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을 때, 간호사가 먼저 환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조치를 취하더라도, 의사의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공식화되지 않습니다.
또한, 야간 근무 중 연락이 안 되는 주치의나 아무런 지시 없이 퇴근한 의사 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의료적 판단을 ‘직접’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그로 인한 책임은 결국 간호사 몫으로 남게 됩니다.
간호사 권한은 왜 제한적일까
간호사라는 직업의 애매한 위치는, 때때로 의료 현장에서 직무 갈등을 더욱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의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보조 인력도 아닌 중간 지점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병동 현장에서는 ‘이건 너희가 알아서 해줘야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간호사는 입원 환자의 생리적 상태부터 정신적 요구까지 모두 파악해야 하고, 보호자의 민원에도 응대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 오류까지 걸러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이 가운데서 정작 간호사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판단은 하지만 결정은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작은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책임만 간호사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또한, 타 부서와의 업무 구분도 분명하지 않아 보건의료 인력 간 경계가 자주 무너집니다. 특히 파워 있는 타 부서나 응급실에서의 요구는 ‘그냥 해줘’라는 분위기로 타 직종의 업무까지 떠안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책임만 커지는 병동 구조
병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돌발상황의 첫 대응자는 늘 간호사입니다. 보호자와의 갈등, 환자의 이상 행동, 응급 상황까지 대부분의 위기는 간호사의 선 조치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런 책임에 걸맞은 지지 체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환자 낙상 사고 발생 시 간호사만 탓하거나, 병원 측이 방어적으로 반응할 때 간호사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정서적 피로, 죄책감, 탈진은 점점 누적되고,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됩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를 지키는 간호사가,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 속에 있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직무 갈등은 간호사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가 겪는 직무 갈등은 단순한 피로로 볼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의 위계, 모호한 권한, 불균형한 책임 속에서 계속되는 내적 충돌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간호사 한 사람의 개인적 성격이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에서 반복되는 불합리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또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이런 갈등이 간호사 개인이 ‘참고 넘겨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간호사의 감정 노동’을 넘어, 직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