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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간호사의 현실과 생존 전략

by halmi-rn20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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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병동 내 활기찬 모습

 

소아청소년과 병동은 많은 간호사들에게 ‘힐링되는 곳’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도 특유의 어려움과 고충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기들과 아이들 특유의 에너지로 하루가 금방 지나갈 정도지만, 실무적으로는 고난도의 기술과 보호자와의 복잡한 소통이 반복되는 병동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소청과 병동 간호사의 일상과 현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 안에서 간호사로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법까지 함께 정리해 보려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간호사의 일상과 분위기

소아청소년과 병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아직 말이 서툰 아이들이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이름을 부르거나, 주사 한 번 맞고 울다가도 금세 "언니 고마워요" 하고 인사할 때면 그 순수함에 마음이 풀리곤 합니다. 사실 소아 병동의 간호사들은 성격 자체도 유한 편입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병동에서 오래 버티기 힘든 만큼,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병동 분위기 자체도 다른 과보다 한결 부드럽고, 선후배 간의 위계도 덜한 편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큰소리치는 문화보다는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훨씬 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 깔깔 웃음, 보호자의 분주한 발걸음… 병동 안이 늘 활기가 넘칩니다. 정적인 병동에서 일하다 온 간호사들은 이런 생기 덕분에 소아 병동에서 한결 덜 지친다고 말하곤 합니다. 감정적으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순수함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 병동 분위기는 대체로 밝은 편입니다.

IV가 가장 어려운 기술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병동이 ‘편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단연 정맥주사(IV)입니다. 성인 환자는 혈관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자세를 취해줄 수 있지만, 소아 특히 신생아나 영아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울고, 몸부림치고,  혈관은 작고 잘 보이지 않아 초년차 간호사들은 시도조차 어려워합니다. IV 한 번 놓는 데 30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고, 결국 두세 번 실패한 뒤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아 병동에서는 ‘IV 잘하는 선배’가 영웅처럼 회자되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환아에게 IV를 빠르고 정확하게 keep 하는 능력은 엄청난 노하우와 경험에서 비롯되는 거라, 시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초년차 간호사라면 실수보다 ‘배우려는 자세’가 훨씬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컨디션, 개월수, 체형, 울음 성향에 따라 어떻게 진정시키고, 어떤 부위를 공략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익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감각이 생기게 됩니다.

보호자 대응, 감정보다 기술

소아 병동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뭐냐고 물으면 많은 간호사들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보호자 대응이요.”

아이들 간호는 단순히 환자만을 돌보는 게 아닙니다. 실제 ‘환자’는 아이지만, 모든 설명, 소통, 설득은 보호자와 해야 합니다. 문제는, 보호자도 지쳐 있고, 불안하고, 예민하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죄책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이 감정이 곧 공격적 말투나 예민한 질문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호자에게 설명을 반복해야 하고, 때로는 의료진의 판단에 대해 항의나 오해를 해명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하다 보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금 똑바로 하시는 거 맞아요? ”라는 항의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큰 스트레스입니다. 실제로 의대생. 인턴 87%가 소아청소년과를 전공과로 기피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보호자와의 마찰로 인한 소송 우려’라고 합니다. 그만큼 감정 노동이 높은 병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연습과 경험으로 조금씩 나아지게 됩니다. 보호자도 결국은 ‘내 아이를 맡긴 것’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신뢰를 잃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게 설명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결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병동

소아청소년과 병동은 단순히 아이들을 간호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 안엔 웃음과 눈물, 기술과 감정, 책임과 위로가 섞여 있습니다.

정맥주사 하나에도 손이 떨리는 신입 간호사 시절이 지나고, 보호자 앞에서도 말 한마디로 상황을 풀어가는 날이 오면, 이 병동의 ‘보람’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병동, 선후배가 서로 챙기며 일하는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어느 날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안아주는 아이의 손길. 그 순간들이 모여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소청과 병동은 특별합니다. 간호사가 조금 더 사람다워지는 곳,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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