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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병원 밥만 25년 먹은(그래서 뱃살도 좀 있는..ㅎ) 유쾌한 할미쌤입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죠? 남편이랑 별거 아닌 걸로 투닥거리다가, 맛있는 밥상 딱 차려주면 언제 싸웠냐는 듯 헤헤거리는 거요. (저희 남편만 그런가요? 단순해서 참 다행입니다. ㅋㅋ)
그런데 병원에서도 이 '밥심'이 통한다는 거 아세요? 특히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치매 어르신들에게는 진정제보다 더 강력한 약이 바로 "밥"입니다.
오늘은 제가 25년 병원 생활하며 터득한 'K-할머니 다루는 비법'과, 왜 뇌는 기억을 잃어도 식탐은 못 버리는지 그 뇌과학적 비밀을(아주 재밌게!) 풀어드릴게요.
예전에 병동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은 하루 종일 저만 쫓아다니셨어요.
"간호사 언니! 내 주사 언제 놔줄 거야? 왜 나만 안 줘?"
방금 놔드렸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시니까요. (단기 기억 상실) 설명하다 지친 신규 간호사들은 울상이 되곤 했죠. 하지만 25년 차 할미쌤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회심의 한마디를 날리죠.
"할머니~ 빈속에 주사 맞으면 속 버려요! 밥 다 드시면 놔드릴게, 얼른 식사하세요!"
그러면 할머니는 "아! 그렇구만!" 하시곤 세상 얌전하게 식판을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밥 다 드시면? 주사 맞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주무십니다. (만사형통! ✨)
왜 할머니는 주사 맞은 건 까먹으면서, 밥 먹어야 한다는 말에는 반응할까요?
우리 뇌는 크게 '이성의 뇌(대뇌피질)'와 '본능의 뇌(변연계/뇌간)'로 나뉩니다. 치매는 주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나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부터 망가뜨립니다. 그래서 방금 한 일은 깜빡깜빡하죠.
하지만! '먹고 자고 싸는'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뇌 안쪽 깊숙한 곳은 가장 마지막까지 멀쩡하게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기억력은 사라져도, "배고프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욕구는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건 추한 게 아니에요. 뇌가 "나 아직 살아있다!"고 외치는 가장 원초적인 생명력의 신호랍니다.
이건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배고프면 예민해지는 '헝그리(Hungry) + 앵그리(Angry)' 상태, 다들 아시죠?
뇌는 에너지를 엄청나게 쓰는 기관이라, 혈당이 떨어지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뿜어냅니다. 이때 탄수화물(밥, 빵, 떡)이 들어가면 뇌는 행복 호르몬(세로토닌)을 내보내며 순한 양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우울하다면? 뇌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 없이, 일단 맛있는 밥부터 드세요.
남편이 이유 없이 틱틱거린다? 말 섞지 말고 입에 단 거 하나 물려주세요. 3분 안에 조용해질 겁니다. (제 경험담입니다. ㅎㅎ)
"밥 먹고 해라."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 말은, 사실 상대방의 뇌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위로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실수투성이 신규 간호사 때문에, 혹은 말 안 듣는 자식 때문에 속 터지셨나요? 일단 밥부터 든든하게 드세요. 배가 부르면 뇌도 너그러워져서 "에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힘이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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