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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서 느끼는 진짜 보람

by halmi-rn20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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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늘 누군가의 하루 곁에 서 있습니다. 긴장을 안고 병실에 들어오는 환자를 맞이하고, 치료와 회복 사이에서 반복되는 업무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문득,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에 ‘보람’이라는 단어가 마음 한가운데 떠오릅니다. 물론 매일이 그런 날은 아닙니다. 보고서 작성에 치이고, 투약 오류에 대한 걱정, 보호자의 항의까지 감당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어떤 날은 침대 정리만 수십 번 반복하다 하루가 끝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짧은 말 한마디에 속이 뒤집힌 채 퇴근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은 다음 날 다시 출근합니다. 다시 복도를 걷고, 다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다시 새벽 인계장을 마주합니다. 그 끈질김의 중심에는 분명히 ‘버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이유, ‘간호사의 보람’에 대해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회복을 지켜보는 순간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가, 며칠 뒤 눈을 뜨고 이름을 부를 때. 처치 중 아무 반응 없던 손이 어느 순간 간호사의 손을 잡아줄 때. 그때 간호사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에 잠시 멈춰 섭니다. 회복은 의사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24시간을 지켜보며 사소한 변화에 먼저 반응하는 간호사의 눈이 회복의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돕습니다. 식사량이 늘고, 걸음이 늘고, 대화가 길어지는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존재. 그게 바로 간호사입니다. 그 환자가 퇴원하던 날, “덕분입니다”라는 말이 남겨졌을 때, 그 순간은 오롯이 ‘이 일을 해온 나 자신’에게 주는 보상처럼 다가옵니다. 기적 같은 회복을 매일 목격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간호사의 특권이자 보람입니다.

간호사의 진짜 보람, 말 한마디에서

“수고하셨어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의외로 환자나 보호자의 이 짧은 인사가 간호사에게는 하루치의 힘이 됩니다. 간호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묵묵히 약을 챙기고, 수액을 교체하고, 손을 닦아주는 모든 순간이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중 단 한 명이 “덕분에 오늘 너무 편했어요”라고 말해줄 때, 피곤했던 하루가 다시 의미 있는 시간으로 회복됩니다. 보호자가 건네는 커피 한 잔, 메모지에 적힌 고마움의 문장 한 줄. 이런 작고 사소한 감정 표현들이 쌓여서, 간호사는 다시 다음 근무에 서게 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지친 날에도 복도를 걷게 하고, 다음 환자를 향해 다시 따뜻한 눈빛을 건넬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보람은 거창한 결과보다도, 바로 이런 순간들 안에 숨어 있습니다.

기록되지 않아도 남는 기억

간호사의 일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액을 갈고, 체온을 재고, 처치 중 “괜찮으세요?”를 반복하는 일이 전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보람은 피어납니다. 수술실 앞에서 떨고 있는 환자에게 “한숨 푹 자고 오시면 됩니다”라고 말해줬던 기억, 야간 근무 중 낙상 방지용 벨을 여러 번 확인하며 환자의 안전을 지켰던 날, 퇴원 전날 마지막 약을 챙겨 줄 때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 그리고 퇴원한 환자가 다시 병동을 찾아와 “기억나세요?”라고 인사할 때. 이 모든 장면은 간호 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간호사의 마음 안에는 오래도록 남는 보람으로 저장됩니다. 보람은 늘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고 평범한 순간들 사이에서 조용히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 곁에 선다는 의미

간호사는 의료인이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존재입니다. 수치를 보고, 차트를 기록하지만, 그 안에는 늘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환자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면 먼저 다가가고, 말이 줄어들면 무언의 감정을 먼저 읽는 것. 이는 교육으로만 배운 기술이 아닌, 간호사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얻어진 감각입니다. 간호사의 보람은 누군가의 곁에서 최선을 다한 순간에서 비롯됩니다. 그 기억이 있기에, 지치더라도 다시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또한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주는 존재로, 말보다 마음을 먼저 내미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 그게 바로 간호사의 보람이며, 이 직업이 가지는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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