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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현실 이야기

'간호조무사 당직 인정', 요양병원의 이익인가? 의료인들이 분노한 진짜 이유

halmi-rn20 2025. 10. 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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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회에서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당직의료인 인정’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 현장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인력 운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자 안전과 간호사의 전문성을 해치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저 역시 병동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매일 마주했던 사람으로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요양병원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 곁을 지키며 손을 잡고 살펴보는 간호사 모습

    간호인력 부족? '저임금'으로 운영하려는 민낯

     

    정부는 간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간호사들은 뿌리 깊은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말합니다.
    정말로 간호사가 부족한 것일까요? 실제로는 병원이 충분한 급여와 합당한 근무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니 지원자가 없는 것이라는 게 더 솔직한 현실입니다. 처우만 제대로 개선하면 유능한 간호인력은 충분히 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에게 의료인 업무를 넘기면서 병원은 인건비를 아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셈입니다.
    예전 제가 함께 일하던 한 간호사 동료도 "우리가 맡는 무게를 값싼 노동력으로 대신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었죠. 헌신과 전문성을 값싼 대체로 덮으려는 시도에서,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씁쓸한 민낯이 드러납니다.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노인 환자의 인권은?

     

    간호조무사는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닙니다. 1년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와, 힘든 입시를 거쳐 4년간 배우며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는 그 책임과 전문성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간호조무사를 ‘당직 의료인’으로 인정하겠다는 건 의료법 취지를 무시하는 셈입니다.

    특히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에게는 더 위험합니다. 회복이 어렵더라도 이분들 역시 최소한의 전문 의료인에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당직 자리에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위급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 제가 겪었던 일인데, 새벽에 환자가 갑자기 의식이 떨어졌을 때, 당직 간호사가 즉시 대응하지 않았다면 큰일로 번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경험이 부족한 인력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이번 법안이 노인 환자의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요양병원만 예외? 형평성 없는 법안에 쏟아지는 비판

     

    더 불합리한 점은 ‘요양병원만’ 간호조무사 당직을 인정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정말 간호조무사가 당직 의료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왜 모든 병원에 똑같이 적용하지 않는 걸까요? 이처럼 선택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현장 의료진들은 목소리를 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요양병원 사업자의 요구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노인 환자의 권리는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만 앞세운 논리 속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이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같은 의료인으로서 화가 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갈등 불씨만 키우는 정부

     

    이번 논란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간호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의사 파업 때도 빈자리를 채우며 버텼던 건 간호사들이었지만, 그들의 헌신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간호조무사에게 의료인 역할까지 부여하면서, 오히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료 현장의 ‘인력난’과 ‘저임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애매한 법안으로 회피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의료인 모두가 건강한 환경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이 글이 단순히 비판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정책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인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서로의 위치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 그것이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신뢰를 지켜내는 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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