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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내부 제보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1년 넘게 침대에 묶인 채 생활했다.”
단 한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 무게는 너무 컸습니다.
설마 했지만, 조사 결과는 사실이었습니다.
병원이란 본래 고통을 돌보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그곳이 누군가를 묶고, 움직일 자유를 빼앗은 채 요양급여를 청구하며 이익을 챙겼다면,
그건 치료가 아니라 제도 속의 폭력입니다.
그 침묵을 깬 한 제보자의 용기에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함께 있었을 겁니다.
저 역시 한때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근무했습니다.
억제대를 사용하는 일은 의료진에게도 무겁고 고통스러운 결정입니다.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높은 경우,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사용해야 하는 최후의 선택이죠.
그 과정에는 명확한 근거와 절차, 기록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어떤 병원에서는 그 과정이 생략된 채 ‘관리의 편의’로 사용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의료가 아닌 통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그 병원에서 일한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호사들은
자신이 인권 침해의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무서운 건 바로 그것입니다.
비정상이 일상이 되는 순간, 누구도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들의 익숙함 속에서 환자는 점점 더 고립되고,
침묵은 폭력이 되어갑니다.
환자를 돌본다는 건 주사나 처치를 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는 마음의 일입니다.
정신질환 환자든, 치매 환자든, 요양병원 환자든 누구도 묶여서는 안 됩니다.
움직임을 제한당한 몸보다 더 깊이 묶이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 글을 쓰며 저 자신에게도 되묻습니다.
“나는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간호사인가,
아니면 그저 병원의 한 일원으로만 살아가고 있는가...”
병원은 환자의 몸을 돌보는 곳이지만,
그 중심을 지탱하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양심입니다.
아무리 제도가 무너져도, 그 마음의 중심만큼은 우리가 먼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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