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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할미쌤이에요.
오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어제 길에서 본 한 장면 때문입니다.
차가 살짝 부딪힌 아주 사소한 접촉 사고였어요.
그런데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정말이지 순식간에 서로에게 평생 상처가 될 끔찍한 말들을 퍼붓더군요.
그 3초, 5초를 참지 못해 서로를 파멸시키는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겔러트'라는 충성스러운 개의 이야기가 떠올라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오늘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분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게요.
웨일스의 왕자 롤린이 사냥을 떠나며,
갓난아기 곁에 가장 믿음직한 사냥개 겔러트를 남겨두었죠.
사냥에서 돌아온 롤린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방은 온통 뒤집혀 피투성이였고, 아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텅 빈 요람 옆에는,
입가에 피를 흥건히 묻힌 겔러트가 지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죠.
그 순간, 롤린의 머릿속에서
‘내 아기’는 사라졌고
‘피 묻은 배신자’만 남았습니다.
분노가 그의 눈과 귀를 완전히 멀게 했습니다.
그는 칼을 뽑아 들고,
자신을 향해 꼬리를 치려던 겔러트의 심장을 찌르기까지
단 3초가 걸렸습니다.
"깨에에앵, 깽깽...!!"
짐승이 낼 수 있는 가장 처절한 비명.
그 소리는 방 안의 공기까지 얼어붙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뒤집힌 요람 저편 구석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 으앙."
아기는 상처 하나 없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겔러트가 목숨 걸고 물어 죽인 거대한 늑대의 시체가 죽어 있었죠.
롤린은 영웅을 본 것이 아니라
배신자를 보았습니다.
분노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내 안의 공포가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상상을 진실이라 믿게 하죠.
쇼펜하우어는 말했습니다.
“분노는 내가 먼저 마시는 독이다.”
롤린은
자신의 아이를 지킨 영웅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고,
그 독을 평생 마시며 살았습니다.
그는 다시 웃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매일 그 '3초의 롤린'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끼는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날리려 할 때.
그때
겔러트의 마지막 눈빛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휘두르는 이 말이,
내가 내려치는 이 표정이,
혹시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을 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딱 3초만 멈추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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