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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쌤의 인생 이야기

《국대 육상선수를 꿈꾸던 소녀, 간호사복을 입다》

by halmi-rn20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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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할미쌤입니다~ 😊

제 어린 시절은요…
공부엔 전혀 취미가 없었어요. 😅

그런데 부모님이 특별활동으로 ‘운문부’에 가입시켜 주셨거든요.
그때 시를 하나 썼는데, 제법 괜찮았는지 선생님이 복도 게시판에 붙여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마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거예요.

그게 재미있어서 시를 몇 편 더 쓰던 중에,
마침 학교 교내 체육대회가 열렸고…
100m 달리기를 교내 육상부를 제치고 전교 2등으로 들어온 거예요!
그 이후로 저는 자연스럽게 육상선수로 활동하게 됐죠.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체육 특기생이었고요,
좀 자랑 같지만… 😊
88년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뽑혀 뛰었던 경험도 있어요.
(체육 특기생 중에 랜덤으로 뽑히긴 했지만요 ㅎㅎ)

그땐 공부와는 정말 담을 쌓고 살았죠.
애초에 머리도 썩 좋지 않았는데, 운동까지 병행하니 수업은 따라가기 벅찼어요.

그러다 고2 때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서,
이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막막함과 불안감이 몰려왔고,
그때부터 공부라는 걸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기초가 전혀 없던 상태에서
수학과 영어는 과감히 포기하고
국어, 윤리, 국사 같은 암기과목에 사활을 걸었어요.

하지만 결국 대학엔 들어가지 못했어요.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아 재수는 꿈도 못 꿨고,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무렵, 어머니의 도움으로
병원 중앙공급실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병동 물품을 준비하고 입출고를 관리하는, 요즘 말로는
‘병동 지원팀’ 같은 역할이었죠.

그러면서 점점 간호사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어요.
정말…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어머니는 "간호조무사 학원이라도 다녀보면 어때?" 하셨지만,
어린 마음엔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조무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되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주경야독을 시작했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붙들었고,
그게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종이책을 넘기는 감성을 참 좋아해요. 📖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우린 정말…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요. 🥰

요즘 핫한 ‘폭싹 속았수다’ 보셨어요?
저희는 딱 관식이랑 애순이 같은 사이랄까요? ㅎㅎ

27살에 드디어 간호학과에 합격했고,
같은 해에 결혼도 했어요.
남편이 제 등록금을 내주며 공부를 응원해줬어요.
저 사람이 정말 내 편이구나…
그걸 느끼면서 저도 더 열심히 공부했죠.


간호대학에서는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했어요.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웠거든요.

“내가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죽어라 해도 얘네들만큼은 못 따라가진 않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장학금도 받았어요. 🎓👏

졸업 후엔 종합병원에서 약 10년간 근무했고,
이후엔 여러 중소병원을 거치며 지금까지도 병동 현장에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자녀는 없어요.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시험관 시술만 7번…)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지금은 그조차도 감사하며 받아들이고 있고,
남편과 둘이 서로를 더 아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남편은 해양대학교 졸업 후 승선 생활을 했고,
지금도 해외를 오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남편을 편하게 해줘야겠다
이런 마음이 더 커졌어요.


너무 주절주절 길었죠? ㅎㅎ

하지만 제 인생을 돌아보면,
참 많은 굴곡이 있었고
그 안에서 저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
혼자 있어도 웃는 법을 배웠어요.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그 모든 여정 위에 놓인 소중한 선물 같아요. 🎁


그래서 지금의 저는,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간호사로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요.

늦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더 진심을 다해 걸어왔고,
그래서 매 순간이 제게는 소중한 배움이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 자신의 길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이렇게 전하고 싶어요.

“늦었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너무 늦은 건 없더라고요.”

조금 더디게 걸어도 괜찮아요.
그 길 끝엔,
생각보다 멋진 ‘나’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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